소설

 

박민규 朴玟奎

1968년 울산 출생. 2003년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 수상. 소설집 『카스테라』가 있음. kazuyajun@hanmail.net

 

 

 

장편연재3

핑 퐁

 

 

좋지도 나쁘지도

 

눈과 눈 사이, 즉 미간에서 스윙은 끝이 난다. 팔꿈치의 각도는 90도, 라켓의 각도는 85도를 유지한다. 스윙에는 허리가 동반되어야 하고, 허리의 회전은 다리에서 비롯된다. 물의 흐름처럼, 동작은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스매시다.

 

눈과 눈 사이, 즉 미간에서 스윙은 끝이 난다. 팔꿈치의 각도는 90도, 라켓의 각도는 85도를 유지한다. 스윙에는 허리가 동반되어야 하고, 허리의 회전은 다리에서 비롯된다. 물의 흐름처럼, 동작은 이어져야 한다. 이것이 스매시다.

 

끝없이 동작을 반복했다. 거울을 보면서는 천천히, 세끄라탱과 연습할 때는 쉴 새 없이. 나중엔 각도니 움직임이니, 이것이 스매시니 생각 자체가 엉망으로 뒤엉키고는 했다. 팔꿈치 올리고, 허리, 어떻게 된 거야 허리. 그립을 꽉 쥐지 마, 시선 고정하고, 그래서 아아,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머릿속이 간단해졌다. 생각이 없어지고 〈핑퐁〉 하는 소리만이 머릿속을 울리고 있었다. 핑퐁 핑퐁,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 소리가 그래서 참 공평(公平)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세끄라탱이 소리쳤다. 좋았어, 그게 바로 스매시야.

 

결국엔 폼(form)을 완성하는 거야. 끝없이 계속 가다듬는 거지. 실은 공을 보내는 게 아니라 이쪽의 다듬은 폼을, 자세를 보내는 거야. 알겠니? 탁구에서 졌다는 말은, 결국 상대의 폼이 나의 폼보다 그 순간 더 완성되었다는 뜻이야. 자, 스매시에 있어 너의 폼이 생긴 게 언제였지? 일주일 전이요. 그럼 일주일간 가다듬은 폼이 그물을 넘어오는 거야. 그것을 내가 리시브한다면… 좋아, 쉽게 삼십년 탁구를 쳤다 치자, 그럼 다시 말해 내가 삼십년간 가다듬은 폼이 널 리시브하는 거야. 라켓에 닿은 공은 순식간에 일주일의 폼에서 삼십년의 폼으로 성질이 변해버리지. 그건 이동이야, 공간과 차원의 이동. 오래전 탁구가 와프와프라 불린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지. 즉 한쪽의 폼을 다른 쪽에 전이하는 수단이었던 거야. 그게 탁구의 정체야. 저편의 완성된 폼을 리시브하면서, 또 스매시하면서 이쪽의 폼을 완성해갈 수 있는 거니까. 우주는 늘, 이런 식으로 자신의 폼을 스매시를 전달해왔어. 광활한 보드를 넘어, 시간의 그물을 넘어, 와프(warp)해서 말이야.

 

자, 이번엔 모아이가 스매시를 했어. 역시나 일주일간 다듬은 폼을 나한테 보낸 거야. 나는, 실은 사십오억년이나 리시브의 폼을 다듬어왔어. 좋아, 그런데 공이 지금처럼 네트에 걸리며 떨어진 거야. 사십오억년의 폼으로도 도무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지. 이럴 땐 모아이가 나에게 반드시 해야 할 말이 있어. 그게 뭐지?

 

럭키!

 

그렇지, 바로 이 순간 자신의 득점에 운이 따랐을 뿐이라고 외쳐주는 거야. 탁구의 중요한 예절이지. 인류가 바로 이 경우에 속하는 거야. 인류의 폼이 반격을 당하지 않은 이유는 순간 이런 행운이 따라줬기 때문이지. 그래서 실은, 인류는 다 함께 〈럭키〉라고 외쳐야만 해. 공이 왔던 곳을 향해, 자신들의 자세를 받아주는 곳을 향해서 말이야.

 

럭키!

 

그래서 럭키,라고는 했지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여름이었다. 탁구의 폼을 익히며 열심히 땀을 흘렸고, 정식 탁구화를 샀으며, 적당한 디자인의 유니폼을 모아이와 함께 맞춰 입었다. 정말 한 쎄트구나. 세끄라탱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한 쎄트로, 일주일에 한번씩 폭행을 당했다. 운동도 폭력도 모두가 에누리없이 정직한 것들이어서, 럭키를 외칠 만큼의 운 같은 건 일어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럭키,라고는 못하겠지만 과연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여름이었다. 치수의 빈자리를 종모가 대신했을 뿐이고, 나로선 언제나 변함없는 생활이었다. 불운하다는 건, 이러다 혹 실명을 하거나 부러진 갈비뼈가 허파를 찌른다거나, 할 때의 일이겠지. 당연히 산소와 함께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시듯, 나는 적정량의 폭력을 받아들였다. 대신 우리는 그때마다 안마를 받았다. 몸이… 괜찮습니까? 수돗가에서 얼굴을 씻는데 예의 그 노인이 다가와 물었다. 이젠 십만원밖에 못 드려요. 모아이가 말하자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일이었다. 팔월이 되면서 두 사람의 노인이 갑자기 죽었다. 말이죠… 당뇨하고 협심증이었다지요. 어깨를 주무르며 노인이 수군거렸다. 럭키,라고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아프리카>의 메뉴에선 블루베리가 삭제되었다. 대신 구아바와 파파야가 새로운 메뉴로 추가되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일이었다.

 

왜 없어졌나요? 수입이 힘들어졌대. 블루베리가 히트를 친 덕인지 〈아프리카〉의 벽에는 커다란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파파야를 마시며 나는 뉴스를 보았다. 티베트의 주권문제와 일본의 대지진, 칠레의 장기불황과 아일랜드의 이상 가뭄, 중국의 빈부격차와 르완다의 정치보복이 CNN과 BBC의 다이제스트 편집으로 연이어 보도되었다. 이런 식으로, 인류도 자신의 폼을 가다듬어가는 걸까? 파파야의 과즙을 씹으며 나는 생각했다.

 

우린 럭키한 걸까? 모아이가 중얼거렸다. 이 세계엔 여전히 가뭄과, 학살과, 재해와, 분쟁에 시달리는 인간들이 있지만- 우리는 안전하다. 안전한 나라의 시원한 실내에서, 지금 이렇게 주스를 마시지만 이것이 럭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좋지도 나쁘지도, 이를테면 따에 걸리지 않은 마흔한명의 삶을, 육백삼십칠명이나 천팔백오십팔명의 인생을, 그렇다고 오만구천이백사명이나 육십억의 생을 럭키,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봐, 모아이… 델몬트의 마개를 따는 모아이에게 나는 속삭였다. 우리반의 지혜란 애 알지? 안경 쓰고… 임원 같은 거 줄곧 하고, 부모직업란에도 양쪽이 다 변호사라고 쓰고… 말하자면 럭키,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승재 말이야, 실컷 터지긴 했지만 왜 치수한테 덤볐던 유일한 애 있잖아. 우리보고 가만있지 말라고, 그래서 계속 당하는 거라고 말한 놈… 그런 놈은 럭키한 걸까? 그럼 우리반 앞줄의 병량이 같은 애는… 걘 여태 한번도 지적 같은 걸 당한 적이 없어. 선생들 눈에도 치수 눈에도 띈 적이 없고… 숨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래. 말하자면 그런 건 럭키,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지혜나 그런 애들… 말하자면 그런 애들을 라켓으로 때리면, 때려서 차례차례 우주로 보낸다면 어떤 리시브가 돌아올까? 스매싱해서

 

달라이 라마를 추종하는 티베트의 승려를

무너진 건물에 하체만 깔린 일본의 시장상인을

살면서 한번도 양심을 판 적이 없지만, 백칠십명의 후투족을 쏴죽인 르완다의 투치족 반군을

남동생을 성적으로 학대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가뭄 피해를 입은 아일랜드의 농부를

치수를

태교를 위해 수족관에서 돌고래의 고주파를 배에 쬐고 있는 칠레의 임산부를

가사복무(家事服務)란 유니폼을 입고 걸레질을 하고 있는 중국의 파출부를

6개월 된 칭을 데리고 산보하는 프랑스의 노부부를

조지 부시를

힐러리 클린턴을

콩고의 밀림에서 흰개미를 먹고 있는 산(山)고릴라를

지금 여기서

파파야와 델몬트를 마시고 있는 우리를

 

날려 보낸다면 어떤 리시브가 돌아올까?

글쎄… 아무튼 럭키,라고 외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그래서 럭키-한 걸까?

그러고 보니, 아무래도.

 

방금 들렸어. 뭐가요? 화면의 저 남자 말이야… 하체가 깔린 저기 저 사람… 지금 속삭였어, 구조대원에게… 무너진 기꼬망 박스 뒤에 아내가 있을 거라고… 속삭였어.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계속 속삭이고 있어. 그걸 어떻게 들어요? 모르겠어, 하지만 들려. 그리고 중얼중얼 세끄라탱은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봐요, 왜 그래요? 생각나려 해… 나는 지금… 낮말을 듣는 새. 나는 중간자, 탁구계의…

 

세끄라탱은 점점 더 맛이 갔는데, 멀쩡한 면모를 보이다가도 종종 그렇게 〈변신〉을 하고는 했다. 혼잣말을 하고, 시선이 멍해졌지만 나름 일련의 맥(脈)이 있는 변신이었다. 낮에는 〈낮말을 듣는 새〉, 즉 밤이면 〈밤말을 듣는 쥐〉. 티스푼이라도 구부리며, 우리는 대충 그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즉 새 같기도 하고 쥐 같기도 한 세끄라탱의 얼굴에서 그때마다 새나 쥐의 한 부분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아서였다.

 

콜록콜록

 

세끄라탱의 두 아이를 만난 것은 공사(工事)가 한창일 때였다. 파충류인지 조류의 뇌인지를 가졌다는 쌍둥이가 가게를 찾아왔다. 아빠, 배가 고아요. 기침이 심한 두 아이는 팔월인데도 콧물을 흘리고 있었다. 형은? 형은 오저네 나가어요. 건물 이층의 중국집에서 우리는 함께 중국냉면을 먹었다. 두 아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인상이었고, 다만 심하게 새와 쥐를 닮은 얼굴이었다. 와아. 스푼을 구부리는 모아이를 보고 두 아이는 몹시 즐거워했다.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세끄라탱은 오천원씩을 쥐여주었다. 콜록콜록, 몹시 새 같은 얼굴들의 기침을 보며 내가 물었다. 조류독감인가요? 아니, 여름감기야. 중국집에서 받은 키체인에 열쇠를 끼며 세끄라탱이 대답했다. 혹시

 

엄마가 없나요?

엄마는… 없었지.

 

〈랠리〉의 옆 점포는 비어 있었는데, 세끄라탱이 마저 세를 얻어버렸다. 공사가 시작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마루바닥을 깔고, 쇼윈도에 차양을 치고, 결국 일주일 만에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연습실이 완성되었다. 우리로선 럭키,한 일이었지만 세끄라탱으로선 부담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걱정 마, 여기 상권이 죽은 지 오래라 거의 공짜에 얻은 거니까. 탁구대의 수평을 조절하며 세끄라탱이 얘기했다. 이래저래 겸사겸사야. 나도 오랜만에 탁구가 치고 싶어졌거든. 날이 너무 더우니까, 또 벌판은… 너무 머니까.

 

벌판은… 그래서 한동안 가지 않았다. 날씨가 너무 무더웠고, 간다 해도 그래서 뾰족이 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문득, 예컨대 학원의 수업을 받다가, 또는 고오 하고 비행기가 날아가는 걸 올려다보다가, 또 랠리를 끝내고 예컨대 리치 같은 〈아프리카〉의 새 메뉴를 마시다가- 나는 문득 벌판이 보고 싶었다. 벌판의 소파가, 탁구대가 보고 싶었다. 잘들 있겠지, 물을 수 있다면 안부 같은 걸 묻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치수의 전화를 받았다. 잘 있었냐? 안부 같은 걸 묻고 난 후, 왠지 TV의 쇼프로나 드라마… 그런 것에 대한 견해를 배터리가 떨어질 때까지 실컷 늘어놓았다. 그리고 뚝 전화가 끊어졌다.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은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여긴 J시(市)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뭐 말해봤자겠지만… 아무튼 한번 놀러 와라. 근처에 바다가 있어. 달도 가끔 너 생각이 나나봐,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래서

 

더욱 무서웠다. 무서워, 그건 진짜 무섭더라구. 편의점의 사장은 최근의 외화씨리즈에 푹 빠져 있었다. 하루는 메트로폴리스의 중앙 분수를 쳐다보며 한참이나 잡담을 나누었다. 그러니까 어느 누가 범인이 아니라 모두가 다 공범이란 얘기잖아, 그게 섬뜩하더라구. 첨엔 그래서 이해가 안 갔지, 주인공이 범인일 거라 당연히 생각했으니까… 나 참, 그러니까 모두가 공범이고 모두가 피해자란 얘기잖아, 하고는 손수건을 꺼내 연신 땀을 닦았다. 그래 공부는 잘되냐? 잘, 된다고 우리는 대답했다. 사모님이 요즘엔 통 안 나오시네요. 모아이가 물었다. 그러냐? 하고 사장은 환하게 웃었다. 이상하게

 

그리고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럭키,한 걸까? 〈랠리〉를 향해 걸어가며 모아이가 중얼거렸다. 뭐가? 저 아저씨 말이야. 왜? 지난달에 채팅방에서 자기 부인을 죽일 거라고 했거든. 그래?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 있거나 죽거나… 좋지도 나쁘지도, 혹은 럭키하지도. 사장은 살이 쪘고, 이틀 전 고가(高價)의 청소로봇을 샀다고 했다. 나는 막연히, 부인의 시체를 청소하는 고가의 청소로봇을 상상했다. 살이 찌는 느낌이었다.

 

로봇이다.

 

<랠리>에 탁구로봇이 들어온 것도 8월의 일이었다. 연습용이야. 신기해하는 우리에게 세끄라탱은 로봇의 작동법을 가르쳐주었다. 드라이브의 조절까지, 갖가지 공에 대한 리시브를 익힐 수 있어. 핑퐁 핑퐁, 우리는 교대로 로봇의 공을 받는 연습을 했다. 세끄라탱을 상대로 스매시를 할 때와는 달리, 참으로 생각 없고 반사적인 랠리가 이어졌다. 다르지? 달라요. 조건반사만으로도 탁구를 치는 건 가능하단다. 조건반사만으로도 삶을 사는 일이 가능하듯이. 그래서 실은 비둘기도 탁구를 칠 수 있는 거란다. 비둘기가요?

 

물론이지. 사십년 전에 나는 실제로 비둘기와 공식시합을 벌인 적이 있었어. 세명의 참관인이 지켜봤고 21대 19 박빙의 승부였지. 누가 이겼나요? 비둘기의 승리였단다. 탁구를 치는 비둘기를 길러낸 사람은 스키너란 이름의 심리학자였어. 그는 생물의 행동이 자극의 통제와 강화에 의해 형성된다고 믿었지. 그래서 〈스키너 박스〉라는 실험공간을 고안해낸 거야. 조작된 조건 속에서, 이를테면 쥐가 지렛대를 누를 때마다 먹이가 떨어지고 그걸 먹을 수 있게 하는 거야. 그럼 지렛대를 누르는 동작에 있어선 정말 슈퍼한 쥐가 길러지는 거지. 탁구를 치는 비둘기도 그렇게 해서 탄생한 걸작이었단다. 박스 안의 구조는 간단해.

 

1. 반응도구(지렛대, 열쇠, 원판)

2. 강화매개물(먹이, 물)

3. 자극요인(빛, 큰 소리, 작은 전기충격)

4. 실험유기체(쥐, 비둘기)

 

그건 마치… 세계(世界)잖아요. 아무튼 그 시합이 내 탁구인생에 있어 전환점이 된 건 사실이란다. 아, 이젠 못 당하겠구나. 먹고살고자 하는 이 조건반사를… 내가 당해내지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지. 그 비둘기는 어떻게 되었나요? 어떻게 되긴,

 

그렇게 살다 죽었지.

 

아아, 오늘은 한번도 마셔보지 않은 인삼을 마실래. 거봐, 아프리카에서 주스를 마시는 것도 이젠 강화(强化)된 행동이 된 거야. 이 로봇과의 랠리를, 그래서 몸으로 익혀둘 필요가 있어. 그 시합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도 이와 비슷한 거니까. 로봇은 지금의 인류가 완성해가는 또 하나의 폼이야. 진짜 탁구를 치고 싶다면, 힘들더라도 이 폼에 대한 리시브를 익혀야만 해.

 

진짜 탁구를 논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모아이와 나의 랠리는 눈에 띄게 길어져갔다. 우리는 더욱 탁구에 열중했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서로의 폼을 천천히 공을 들여 다듬어갔다. 밤에는 전화나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클럽에선 단계가 달라 만나기가 힘들었지만, 치수의 호출에서 벗어난 전화기가 어느새 훌륭한 연결의 끈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17일이야? 아니,19일이야. 이번엔 트레이드 빌딩의 옥상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어. 트레이드 빌딩? 그 72층 건물을 얘기하는 거야? 응, 멤버 중에 거기 경비가 있는데 몰래 옥상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댔어. 벌판에서 받은 신화사의 공을 만지작거리며 나는 달력의 19일에 ×표시를 했다. 넌 몇번째 참가야? 거의 개근했으니 아홉번째 정도 되겠네… 넌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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