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신예작가 5인선

최정화 崔正和
1979년 인천 출생. 2012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 daysmare@hanmail.net
타투
그는 회전유리문을 통과한 뒤 병원 로비를 지나 허겁지겁 2층으로 올라갔다. 친절하게도 계단 맞은편에 표지판이 있어 오른쪽으로 가면 수술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몸을 틀고 복도를 달렸다. 뒷목을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움직일 때마다 어깨에 멘 카메라가 등과 허리를 때렸다. 한번 다리를 접질렸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택시를 탄 게 실수였다. 퇴근시간이라 도로가 너무 막혔다. 딸이 다쳤다는 전화를 받은 지 한시간 반 만에야 그는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술실 앞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거친 숨을 내쉬면서 그는 벽에 등을 기댔다. 가슴이 급히 부풀어올랐다가 다시 급히 가라앉았다. 그는 몸을 웅크리고 바닥을 바라봤다. 바닥을 딛고 있는 구두를 봤다. 굽 가장자리에는 흙이 묻어 있었고 발가락이 꺾이는 부분에는 비뚤고 가느다랗게 금이 여러 줄 생겨 있었다. 구두가 너무 크고 낡아 보였다. 아직도 숨이 찼다. 그는 고개를 들고 두툼한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복도 끝에서 누군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전화를 한 선생일 것이다. 지나가 다쳤습니다. H대학병원 B병동 2층 5호 수술실로 빨리 와주세요. 상황이 급해서였을까, 신경질적이고 깐깐한 목소리였는데 예상과 달리 중키에 몸집이 좋은 사내였다.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재킷은 어딘가에 벗어두고 셔츠 차림이었다. 선생은 그를 발견하고 왼손으로 가슴께를 털더니 그의 얼굴 대신 의자에 시선을 두고 천천히 걸어왔다.
선생은 자판기 커피를 들고 있었다. 고개를 숙여 그에게 인사한 뒤에 커피를 권했다. 그는 사양했다. 커피는 하나뿐이었고 그건 상대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놀라셨죠?”
“아, 네. 어쩌다가 이렇게, 아니 지금 상황이 어찌된……”
물어볼 것이 많았는데 입에서 단어들이 엉키고 꼬여서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할 수 없었다. 선생이 진정하라는 듯 손으로 허공을 내리누르는 시늉을 했다.
“체육을 하다가 다친 모양입니다.”
“체육이요?”
잔뜩 긴장한 어깨에 힘이 풀렸다. 체육시간에 다쳤다면 그래도 목숨이 위태롭다거나 대수술이 필요한 일은 아닐 테니까. 그런데 선생은 뭔가 망설이는 얼굴이었다. 고개를 저었다가 무슨 말을 꺼내려고 했다가 다시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머리를 다친 걸까? 아이가 위급한 상황인가? 그는 더 물어봤다.
“체육이라면 어떤……”
“뜀틀이었습니다.”
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뜀틀을 어떻게 했기에 수술을 해야 할 정돈가요?”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선생을 보았다.
“그러니까 이게.”
선생은 고개를 돌려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뜀틀을 하다가 넘어졌는데 발목뼈에 금이 갔답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선생은 거기까지 말하고 커피잔을 휘휘 돌렸다. 그게 무슨 신기한 현상이라도 된다는 듯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선생은 커피잔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을 이었다.
“임신 중이었다는 것을 자기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는 얼굴이 훅 달아올랐다. 침을 꿀꺽 삼켰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평소보다 크다고 느꼈다.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또 목을 긁었다. 지금 선생이 분명히 임신이라고 했나? 분명 그 말이었나? 지나가 임신을 했다고?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물론 딸이 임신을 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연히 생리를 하고 있었지만, 그건 어떤 가능성, 단지 꽃의 암술 같은 것에 불과했다. 암술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거기에 꽃가루가 달라붙고 햇볕과 물과 비료를 충분히 공급해야 열매를 맺을 수 있으니까. 그러기에 그앤 아직 어려. 너무 어리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열다섯살짜리 딸이 임신을 했다는 게 전혀 실감나지 않았다. 그는 멍한 눈으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이 복도 끝을 가리켰다.
“저쪽에 자판기가 있어요. 뭐라도 좀 마시고 더 이야기하시죠.”
그는 선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도 잊고 자판기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발목뼈의 접합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하혈이 있었을 뿐 임신 두달째인 태아는 무사하다고 했다. 그는 그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었다. 지나는 그저 침대에 누운 채로, 자기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지나의 기억은 자신이 뜀틀과 함께 넘어졌다는 데에서 멈춰 있었다. 그는 지나에게 당장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그 이유가 뭔지는 스스로도 잘 몰랐다. 아마 도피였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거짓말을 했다. 하필이면 뜀틀을 넘는 순간에 장에 탈이 난 거라고 했다. 정확한 병명을 들어도 아마 너는 모를 거라고 얼버무렸다.
그가 잔뜩 긴장한 것과는 달리 지나는 의외로 그의 설명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지나가 그를 보자마자 한 말은 휴대폰을 빌려달라는 거였다. 그는 그렇게 말하는 지나의 입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나가 저렇게 명랑한 말투로 휴대폰을 찾을 상황은 분명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이라고? 지금 휴대폰을 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