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웹북으로 보기 스크랩 시 이서령 李舒怜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 1학년. 1991년생. ls3221@hanmail.net 수달의 집 모음으로 미끄러지는 동그란 것들은 금세 빠져나가요 미꾸라지의 매끈한 언어 속에 담긴 촉감을 사냥하기엔 나는 너무 몸집이 커요 차라리 나를 수증기처럼 가볍게 혹은 푸른 물결무늬로 만들어주지 그랬나요? 나는 물속에서도 젖지 않는 촉촉한 책 두껍고 작은 소리들을 책갈피 삼아 적들의 습격을 감지하죠 나를 스치는 모래알들의 평온함을 따라 밤새도록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요 내 머리 위로 드리우는 달의 반짝임을 도도하게 쓰고요 내 수염을 튕겨낼 때 나는 열대과일처럼 달아오르죠 사람들은 내가 물속에만 있는 은둔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비오는 날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좋아해요 온 세상이 숨구멍을 열어놓은 밤에 평온하게 익어가는 바람의 숨소리로 나의 영역을 표시하는 거죠 나는 물을 좋아하지만 잎사귀를 갉아먹는 여우비, 혹은 나무 밑에 자라는 식물의 꿈을 꾸는 수달입니다 창백한 세상,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