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민족을 새로 만들어내려는 페미니즘

정현백 『민족과 페미니즘』, 당대 2003

 

 

김종엽 金鍾曄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jykim@hanshin.ac.kr

 

 

이론 뒤에 삶과 경험이 있다. 이론 뒤에 있는 삶과 경험이 이론의 모양을 많이 규정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론이 왜곡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삶과 경험은 이론을 맹목으로 이끄는 만큼 통찰로도 이끈다. 이론에 열기와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 또한 삶과 경험이다. 그래서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길은 이론 뒤로 돌아가 삶과 경험을 읽어내고, 그 삶과 경험이 얼마나 긴 우회로를 겪었든 이론 속에 삼투되어간 흔적을 살피는 것이다.

정현백(鄭鉉栢) 교수는 스스로 그의 이론적 논술을 읽어낼 이 유력한 길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책의 뒤편에 붙은 「한 여성역사학자가 살아온 시대와 시대정신」이 그것이다. 그는 자신의 생애를 기술할 때도 자신의 이론적 담론만큼이나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각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대학시절 교지인 『향연』 편집부에서 만났던 친구 이야기이다. 유희수라 이름이 적시된 그의 친구는 대학 2학년 때 요절했다. 그에 대한 정교수의 그리움은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유희수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