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지금 페미니즘 교육을

 

 

김고연주 金高連珠

서울시 젠더자문관. 저서 『나의 첫 젠더 수업』 『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 등이 있음.

 

김서화 金瑞花

여성학자. 저서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가 있음.

 

김지은 金志恩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저서 『어린이, 세 번째 사람』 『거짓말하는 어른』 등이 있음.

 

최현희 崔玄希

서울위례별초등학교 교사. 공저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가 있음.

 

왼쪽부터 김서화, 최현희, 김지은, 김고연주 © 김준연

왼쪽부터 김서화, 최현희, 김지은, 김고연주 © 김준연

 

 

김고연주(사회) 여성혐오 현상 및 젠더 갈등, 현실에 만연한 성폭력 등이 최근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었습니다. 이것이 일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 전반과 관련된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분위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라는 요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성평등 교육을 포함한 체계적인 통합 인권교육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면서 수요조사와 교과서 내용 검토 등의 방안을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접근으로 당장 실효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더불어 페미니즘을 일반적인 인권교육의 틀 포함는 게 맞는지 의문도 없지 않습니다. 휴머니즘과 페미니즘은 차이가 있습니다.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의 젠더권력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이를 변화시키려는 지향을 담고 있.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인간이자 시민으로 간주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권교육은 자칫하면 인간존중이라는 당위성에 따라 여성과 남성의 젠더권력관계를 희석시키거나 비가시화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성평등 교육을 위해서는 성평등한 교육내용, 교수방법, 교사 등이 필요한데 이러한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히 학교현장에서는 성평등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크지 않은 것 같아요.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것에 비해 과연 페미니즘 교육이란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현실은 어떠하며, 현장의 요구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의는 일천한 상태입니다. 이에 『창작과비평』 여름호 대화에서는 어린이·청소년을 상대로 한 교육에 경험이 많은 분들을 모시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페미니즘 교육을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과 여건을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각자 소개를 부탁드릴까 하는데요, 지금 하시는 활동의 소개와 더불어 어떤 맥락에서 그런 일을 하시게 되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얘기를 꺼낸 김에 저부터 말씀드릴까요?(웃음)

 

페미니즘과 함께하다

김고연주(金高連珠) 서울시 젠더자문관. 저서 『나의 첫 젠더 수업』 『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 등이 있음.

김고연주

김고연주 저는 작년 1월부터 서울시 젠더자문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성평등 정책을 여성 관련 부서에서만 담당할 것이 아니라 모든 부서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마련된 자리입니다. 작년에 출간된 『나의 첫 젠더 수업』(창비)은 제가 2014년부터 쓰기 시작한 책이었어요. 임신 중이었는데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멋모르고 시작했다가 출산과 양육으로 손도 못 댔고, 그뒤로도 서울시 일로 정신없이 바빠서 겨우 3년 만에 완성했어요. 그런데 그 3년 사이에 여성혐오 현상이 표면화되고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시의성으로 더 주목받게 된 것 같아요. 이 상황을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양가적인 감정이지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페미니즘 도서라는 요청을 받고 최대한 쉽게 쓰려고 했는데 만만치가 않았어요. 어떤 권위에 충분히 기대지 않고서 저자의 주장을 담으면 편견이 많다, 극단적이다 하는 비판이 금세 나오거든요. 많은 화제가 된 『82년생 김지영』(조남주, 민음사 2016)만 해도 소설이지만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잖아요. 이른바 팩트 중심이 아니라면 페미니즘을 논하는 데 거부감이 더 심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런 현실에서 그동안 여성학을 연구하면서 아무리 목청 높여 얘기해도 듣는 사람이 많지 않고 변화가 느리다고 느꼈어요. 그러던 중에 2017년에 서울시로 왔는데, 성평등 정책을 집행하면서 행정력이라는 것이 큰 효과가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어떻게 하면 여성들을 정치세력화할 수 있을지 더 고민하는 계기도 되었고요.

 

김지은(金志恩)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저서 『어린이, 세 번째 사람』

김지은

김지은 저는 어린이·청소년문학을 읽고 비평해오고 있는데 근년의 관심사는 페미니즘입니다. 2014년까지 EBS ‘라디오 멘토 부모’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프로그램 등에서 생방송으로 청취자들을 상담해주는 일을 하면서 어린이책은 쓰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지만 독자들도 젠더에 대해 상당한 편견을 가지고 어린이책을 수용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뒤로 2016년까지 ‘서천석의 아이와 나’라는 팟캐스트에서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코너를 맡아 진행했는데요, 젠더 이슈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던 때라 방송에서 좋은 책이라고 소개했다가 곧바로 페미니즘적으로 걸리는 부분이 떠올라서 다시 녹음하고 싶어지는 과정을 내내 겪었어요. 그 과정에서 많이 발견 것이 우리 아동문학에서 스토리상 비난을 귀결시키는 대상이 여성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여성이 부당하게 그려지는 문제에 대해 본격적이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인데요, 이에 대해 비평가로서 공개적으로 발언해나가고자 합니다.

 

김서화(金瑞花) 여성학자. 저서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김서화

김서화 저는 여성학 연구자입니다. 2009년에 「월경하는 여성과 몸의 권리」라는 사회학 석사논문을 썼고요. 그뒤로 잠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겪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3월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일다)라는 책을 냈어요. 여성주의저널 일다(ildaro.com)에 연재한 ‘초딩 아들 영어보다 성교육’이라는 칼럼을 묶고 수정해 낸 책입니다. 첫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당연히 성교육을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가, 기존 성교육, 폭력예방 교육의 한계들을 보게 되면서 주제를 확해서 쓴 에세이예요. 예를 들면 성교육이나 폭력예방 교육이 잠재적 피해자로 여겨지는 여성만을 교육대상으로 한다든지, 그렇기에 초등 남아들은 성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하거나 왜곡된 것만을 배운다든지, 전반적으로 성별이분법이 현 성교육에 있어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등이 보였요. 제대로 된 성교육을 위해서도 페미니즘 관점이 좀더 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게 되었고요. 그래서 더욱 저와 아이의 실제 성적 대화를 중심으로 썼어요. 우리를 지배하는 수많은 젠더편견을 일상에서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고, 이를 아이와의 대화로 풀어내는 것이 성교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말하자면 특정한 교육적 관점이 준비되어서 이 책을 썼다기보다는 그 전에는 보지 못하다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 크게 보이게 된 문제들이 있어서 쓰게 됐습니다. 성평등한 시각으로 아이를 교육할 수 있다고 자신했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제가 가진 이론적 지식과 저와 아이의 삶 사이의 격차가 크더라고요. 그동안 배우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이에게 제대로 전하기가 어려웠던 거죠. 그런 좌충우돌을 겪으면서 한국사회의 젠더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젠더 감수성을 느끼고 질문할 수 있게 해주는 노력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칼럼을 연재하던 기간이 둘째가 막 태어났을 때여서 밤에 수유하다가 잠깐 짬 나면 급히 써서 보내곤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런 반응을 접하면서, 사람들이 정확하게 언어화하지는 못해도 곳곳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머지않아 폭발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그랬었죠. 아무튼 이런 시간들을 거치면서 페미니즘을 질문하고 전달하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최현희(崔玄希) 서울위례별초등학교 교사. 공저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가 있음.

최현희

최현희 저는 14년차 초등교사입니다. 교직은 어떤 직업보다 적성이 맞아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 사회 많은 여성들이 그것과 상관없이 교직으로 떠밀리는 현실이 있어요. 다른 직업에 비해 ‘여성’으로서 받는 차별이 적고 경력단절이 없는 거의 유일한 여초 정규직이니까요. 돌이켜보면 저 역시 그런 사회적 압력에서 자유로웠던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는게 즐거웠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부조리한 학교구조에서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이 쌓이면서 너무 답답해서 5년차쯤에는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때 제가 존경하는 한 선배 교사가 조금만 참으면 나아질 거라고 말리더라고요. 학교는 연공서열, 나이주의가 작동하는 곳이니까요. 실제로 그분의 말처럼 되는 면이 있었어요. 여기서는 결혼한 것, 아이가 있는 것, 나이 든 것이 그 자체로 일정 부분 권력이 되더라고요. 여초집단이라서 성별권력보다는 나이나 보직에 의한 위계가 더 작동하는 면도 있고요. 그래서 경력이 쌓일수록 나이에 기대어(웃음) 조금씩 자신감을 갖고 문제제기도 하면서, 힘든 공간이지만 뭔가 실천할 여지를 찾아나갈 수 있겠구나 하면서 투쟁하듯 학교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재작년에 혁신학교로 옮겨서 뜻있는 교사들과 학교를 바꿔가는 경험을 하며 전보다는 희망적인 교사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학교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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