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사과

1984년 서울 출생. 2005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 장편소설 『미나』 『풀이 눕는다』 『나b책』 『테러의 시』 『천국에서』, 소설집 『02』 가 있음.

dryeyed@gmail.com

 

 

 

맵스 앤드 피플(Maps and People)

 

 

From Shindorim to…

 

MON 7:15 AM. 남들은 세계의 개가 된 심정으로 지하철에 올라타는 시간 여전히 술에 푹 절은 채 신도림역 환승통로에서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한다는 것은 노 서비스 지역에서 남의 통신사 주파수를 찾아 헤매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짓이다. 밝다. 너무 밝아. 새로 교체된 천장의 LED 전광판이 뿜어내는 불빛이 너무 밝아서 씨발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만 같아. 하지만 환승통로를 수놓은 방향표시등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 알록달록한 불빛들이 메리크리스마스, 해피뉴이어, 추석과 할로윈, 발렌타인데이를 한꺼번에 외치고 있는 듯한 것이 연중무휴 대박세일 중인 쇼핑몰에 속한 기분, 그런 기분을 요즘은 지하철역 환승통로에서도 기꺼이 느낄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여전히 취해 있다는 거. 두시간 전에 마신 에스쁘레쏘의 효과가 이제야 시작되는지 갑자기 온 신경이 히스테릭하게 깨어나며 사방의 모든 것을 찍어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연계 포스트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카메라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나는 실신한 역을 깨우는 신이 된 기분이겠지.

 

내가 손가락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핸드폰 액정을 문지르는 동안 영혼까지 학대당한 표정의 사람들이 승강장을 채워나간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나무젓가락들이 겹쳐지며 부러지는 것이 아닐까? 밤이 오면 아무도 기억하고 싶지 않을 월요일의 아침, 모두가 더 잘, 더 많이, 더 죽도록 얻어맞을 각오로 길을 나섰을 것이다. 그런 때의 지하철역이란 너무 맨 얼굴이라서 가끔은 폭탄 같은 걸 터뜨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조용히 일어나서 위치를 바꾼 뒤, 새로운 방식으로 서성이기 시작한다.

 

“…my father was an American soldier and my mom was a prostitute. I was born in 1995, still young and crisp.”

 

핸드폰 캘린더의 숫자가 바뀐 거, 내가 한살을 더 먹었다는 사실이 새삼 많은 것을 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 엄마와 아빠, 무엇보다 엄마에 대해서, 뭔가를 찢고 나왔다는 거, 그것에 대해 더 심각해지고 더 궁색해지고 또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는 식의 미끌미끌한 말들이 쉽게 쏟아져나오는 걸 보면 이젠 나도 완전히 끝난 건가. 그런데 여긴 어디인가? 지도에 의하면……

 

지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방향과 위치, 몇개의 점이 하나의 평면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나가 목표지점에 부닥치는 거, 그러니까 지도란 결국, 평화로운 평면 위에서 날이 밝고 다시 저무는 사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못 박힌 채 꾸물거리는 인간들을 발견하여 증오하거나 연민, 사랑에 이르…… 근데 쟤들은 도대체 왜 저렇게 죽음을 향해 뛰어가느냐고, 누구보다 빨리 도착해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묻고 싶어지더라도 입 닥치고, 이 떡처럼 끈끈한 세계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는 것, 그걸 나는 월요일 아침의 신도림역이라 부르겠다. 길을 잃는 건 물론 문제다. 꾸물거리는 사이 지도에서 비껴 떨어지고 나면 암호가 발각되어 적들에게 포위된 졸병, 너무 많은 고문을 당해서 자신이 스파이라는 환각에 시달리는 PTSD 환자 따위가 되어버릴 게 분명하니까. 그렇게 되면 지도 따위 아무런 소용이 없어질 테니까. 그런 협박, 배가 터지게 먹어왔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직 매우 안전하다.

 

배터리 상태 7%, 네이버지도가 알려준 바에 따르면, 방금 어깨를 치고 지나간 어떤 여자애가 너무나도 내 엄마를 닮아서……

 

인간이 조갯살처럼 연약해지는 시간에 어린 시절의 장면들이 떠올라 패닉에 빠지게 되는 것은 어떤 운명의 저주 같은 것이다. 그럴 땐 다분히 의도적 실수에 의해 반대방향 지하철에 몸을 싣게 된다.

 

그럴 때도 나는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내 표정은 스튜어디스처럼 딱 굳어 있다. 엄마한테 배운 거다.

 

오 엄마,

 

가 말했다. 나한테 지도가 있어. 거기 사람들이… 믿어봐, 나한테 계획이라는 게 있다… 엄마는 줄줄이 거짓말을 했다. 스튜어디스처럼 딱 멈춘 얼굴로.

 

Mom,

 

Wheres your map? Where are your people? Mom, where are you?

 

At Ladies Lunch

 

Mom and I, Mommy Mo and The Big Smile, we were at Ladies Lunch, a small Turkish restaurant near 녹사평역. It was a typical summer afternoon, distinctively hot and sticky like a whores big mouth, playing with a warm drunken tongue of 개저씨.

 

The

저자의 다른 글 더 읽기